이성과 추상화
지금까지 묘사한 데카르트적 구성주의는 종종 합리주의라는 말로 표현되어 오해를 일으키는데,
이는 반합리주의자라고 불리는 사람들이 이성의 이용에 관심을 적게 가지고 있다는 인상을 주기 때문이다.
합리주의와 반합리주의로 구별하기 보다는, 구성주의와 진화론, 즉 치기적 합리주의 (native rationalism)와
비판적 합리주의(critical rationalism)으로 구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추상화’에 대한 관점
구성주의적 합리주의 |
진화론적 합리주의 |
추상적 개념이 이해하지 못하는 복잡성에 대처하기 위한 수단임을 인정하지 않음 |
추상화를 우리가 충분히 이해하지 못하는 실체를 다룰 수 있도록 하는, 필수적인 수단으로 인정 |
구성주의자들의 시각에서 추상성이란, 의식적 사고나 개념에 한정된 성질로 인식된다는 사실과 관련이 있으나,
실제로 추상성은 행동이 의식적 사고나 언어로 표현되기 이전에 행동을 결정하는 모든 과정이 지니는 특징이다.
이 책에서 추상성은 모든 정신과정에서 나타나는 특징뿐만 아니라, 미지의 세계에 성공적으로 대처하는
인간능력의 기준으로서도 간주될 것이다.
구성주의적 합리주의의 극단적인 형태는 왜 항상 이성에 대한 반동을 초래하는가
이성의 적용에 한계를 인정하지 않는 구성주의적 합리주의는 역사적으로 여러 차례 이성에 대한 반동을
유발해 왔는데, 이러한 반동은, 모든 사고는 추상적이어야 하며, 이성 독단으로는 특정 행동을
완전히 결정할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것이다.
이렇듯 추상성에 의존하는 것은 이성의 힘에 대한 과대평가가 아닌, 이성의 한계를 정확히 파악한 결과이며,
위대한 사회와 문명이 가능했던 것은 추상적 사고를 전달할 수 있는 인간의 능력이 증대된 결과이다.
하지만 구성주의적 합리주의는, 모든 것을 합리적 통제에 복종하게 하려는 노력을 통해
추상적 규칙의 통제를 부정함으로써, 비합리주의와 손을 잡게 된다.
<제 1장 이성과 진화 끝>